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통과에 부쳐
2025년 8월 24일, 국회는 마침내 노동조합법(이하 ‘노조법’ 또는 ‘개정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난 23년간 현장에서 묵묵히 싸워온 노동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연대의 결과로 이루어진 값진 결실이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이하 ‘노노모’)은 이 역사적인 개정안 통과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은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청 노동자 등이 원청에 대해 교섭을 요구해도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던 구조를 타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 동안 하청 노동자 등은 노동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가 따로 있음에도 허수아비와 독백해야 했다. 그 사이에 원청은 허수아비를 내세워 극한의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책임은 부담하지 않았다. 법이 원청을 장자처럼 보호했기 때문이다. 단체교섭에는 권리의 상대방으로 마땅히 의무가 있는 자가 대면해야 하지만, 하청 노동자 등은 너무 오랫동안 진짜 의무가 있는 사용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이제라도 노동조합과 마땅히 대화할 의무가 있는 자를 법이 바로잡아 준 것을 환영한다.
노조법은 노동쟁의를 조정의 대상으로 보고,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조정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노조법에서는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너무 협소하게 정하고 있었다. 그 결과 정리해고와 같이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나,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위반한 경우에도 노동쟁의로 보지 않았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초월하는 불가침의 영역이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켜 왔다. 개정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확대하여, 당연히 교섭할 수 있는 사항을 교섭할 수 없었던 우리 노조법의 오류를 좀 더 바로 잡았다.
그 동안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사용자의 손해를 실질적으로 전보하기 위한 기능을 하지 않았다. 이는 사용자들도 알고 있었다.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들에게 사용자가 제시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 액수를 감당할 수 있는 책임 재산이 없다는 것쯤은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사용자들은 쟁의행위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그 동안 자행해 왔다. 그것은 손해배상 청구가 손해를 보상받아 원상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쟁의행위를 하면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처절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단체행동권은 어느 새 노동자들의 인생을 걸고 행사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개정법은 쟁의행위에 대하여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여,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야만적인 지배 전략을 다소간 억제하였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개정법은 노조법이 존재해야 할 모습으로 자리잡아 가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소중한 형태가 되었다. 그런데 노조법은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노조법 2,3조와 관련하여 이번 개정법에서는 담기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노조법은 다음의 내용들을 담아가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삼권이 부당하게 유보되어서는 안 된다. 여전히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그 동안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은 수없이 누적되었지만, 현실에서는 그와 같은 판결이 있기까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삼권은 사용자에 의해 회피되었고, 판결을 통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이후에도 그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교섭 거부)는 ‘고의 여부’를 이유로 인색하게 판단했다. 그리고 어렵게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더라도 그 처벌의 수위는 미미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교섭에 응할 유인이 현재로서는 부족하다. 특수고용 노동자라 하더라도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추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삼권 행사가 부당하게 유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예된 노동삼권으로 파괴된 단결은 뒤늦은 근로자성 인정 판결로도, 사용자의 금전으로도, 사용자에 대한 형벌로도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개정법은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였으나, 지배와 결정은 ‘할 수 있으면’ 충분하고 그 모습이 반드시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지배는 필요한 만큼 행사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간단한, 간접적인, 추상적인, 부분적인 지배만으로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굳이 세세하게 구체적으로 지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확대는 노동삼권의 효과적인 실현을 위해 도모한 것이므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자라면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볼 수 있도록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개정법은 여전히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금 체불을 한 법인(회사)이 있으면, 법인의 책임 재산에 한정하여 체불 임금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듯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의 책임 재산에 한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정의롭다. 노무제공을 중단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무임금을 넘어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가능성까지 인정하는 법제에서는 단체행동권을 온전히 보호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특히 노동법은 그 어떤 법들보다 실천적이어야 하는 법이다. 노동법의 실천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노동삼권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헌법의 의지 실현을 부조리하게 방해하는 현실의 질곡들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개선해 가는 것이다. 이런 노동법의 실천은 한 때는 군부 정권에 의해, 또 다른 한 때는 IMF 비상 경제체제에 의해 가로막힌 적이 있었고, 사용자는 오랫동안 그 반사이익을 누려 왔다. 이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사실상 계급 질서에서와 같은 차별과 좌절을 겪어야 했고, 단결에 실패하면 일터에서 쫓겨나야 했으며, 어렵게 단결하여 행동하면 손배 가압류로 가정이 파괴되는 경험을 해야 했다.
이번 법 개정은 우리 헌법 이념을 비웃는 현실의 부조리에 맞서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희생하여 겨우 이루어졌다. 노노모는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싸워 온 노동자들과, 함께 견뎌 온 그 가족들에게 이번 개정법이 작게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고, 입법자들은 노동법이 강한 실천성을 유지하도록 예리하게 현실을 보고, 아직도 남은 실천 과제들을 직면하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2025년 8월 25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 8월 월간 노동현장 소식지
1. 최신 개정 노동관계법령
- 노란봉투법의 의의와 주요 내용
2. 주요 노동소식
- 미국작가조합에서 제명된 박찬욱 감독의 소식을 둘러싼 노동조합 이야기
- 재계가 노동자 파업 등에 제기했던 보복성 손해배상 청구를 잇따라 취하하고 있다는 소식
3. 주요 노동판결 및 판정
- 전년도의 임금에 해당하는 성과급에 관하여 최소지급분이 있는지는 지급 시기인 당해 연도가 아니라 지급 대상기간인 전년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최소지급분이 있다면 이는 전년도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부담하는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도급인(원청)의 관계수급인(하청 및 재하청)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에 관하여도 적용된다고 본 사례
4. 노동 Q&A
- 노동조합 규약에 따른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제의 정당성 여부
- 폭염작업 관련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주요 개정 내용 및 회사 조치의 정당성 여부와 작업일지 허위 기재 여부
-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한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시 통상 근로자와 동일하게 연차유급휴가를 차감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
드디어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2003년 배달호 열사, 2009년 쌍용자동차 투쟁 속 손배·가압류
2010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
그 오랜 염원의 결실이 6개월 뒤 시행되는 노조법에 온전히 담기기를 바랍니다.
- 노무법인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