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현장소식

HYUNJANG

서울본사

Tel02-701-1346~8
Fax02-701-1357

인천지사

Tel032-422-0942
Fax032-422-0975

노무법인현장소식

제목 [3월 기고] 노노모의 노동에세이 "누가 노조 간부랑 술을 마시냐?"
작성자 노무법인 현장
작성일자 2026-03-23


“누가 노조 간부랑 술을 마시냐?”
- 윤효중 공인노무사
 
노동조합 간부와 술을 한잔하다가, 그 간부가 오래된 친구에게 들었다는 농담을 전해 들었다. 인간관계가 계속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자, 노조 간부를 하고 있으니 술을 마시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는 농담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농담’이었음이 짐작되면서도, 웃어넘기기는 힘든 이야기였다. 왜 하필 ‘노조 간부’라는 위치가 문제로 떠올랐을까, 그 친구가 떠올리는 노조 간부의 인상은 어떠할까.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농담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노조 활동을 하는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던 중 이런 이야기를 한 것에 비춰보면,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할 때의 그의 표정을 떠올려보면, 그도 농담을 그리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왜 그 한마디는 ‘농담’이라고 짐작되면서도 유쾌하게 반응하기 어려운 말이었을까. 그 농담에는 본인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그 주위 사람들은 노조 간부를 ‘어려운 사람’ ‘불편한 사람’으로 인식하리라는 추측이 담겨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러한 추측은,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조혐오가 개인의 일상적 시각과 대화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그 농담은 편하게 웃어넘길 수가 없는, 뼈 있는 말이 될 수밖에 없다.
 
문득 작년 롯데백화점에서 보안요원이 노조 간부에게 조끼 탈의를 요구했던 일이 생각이 났다. 집회에 참석한 뒤 백화점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갔을 뿐이었던 간부는, 노조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여기에도 다른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또는 노동조합 간부를 불편해한다는 추측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노동조합 조끼 착용을 둘러싼 일들은 민간기업, 공공기관, 정부 기관을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노동조합에 대한,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를 논하기가 간단치는 않다. 그러나 ‘노조혐오’라 부를 만한 모종의 인식이 사회 곳곳에서,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매우 지독하게도, 개개인의 일상적 대화와 농담에도 녹아들어 계속하여 재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전해 들은 농담은 그러한 성격의 것이어서, 나는 웃어넘기기가 힘들었고, 농담을 들은 노동조합 간부는 아마도 더 외로워졌다.
 
“노동조합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위원장이 있으니까.”
 
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지를 넌지시 물어본 나에게 그 노동조합 간부가 내놓은 대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가 있는 곳에는 노동조합이 필요했고, 함께하자고 말한 위원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으로서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노동조합 간부로서 그는 확고한 신념을 답했고, 동지가 있기에 계속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간단한 당위와 이를 뒷받침하는 동지와의 연대, 그것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와 일상을 배경에 두고, 여전히 담담하게 노조를 향한 신념을 말할 수 있다는 건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그의 술잔을 채웠고, 다시 함께 술잔을 비웠다. 나의 연대의 마음도 그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그래도 그와 같은 존재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노라는 희망을 속으로 외치면서.
 
출처 : 매일노동뉴스, 2026. 3. 10.


첨부파일
수정
삭제
답글
글쓰기